| [No. 84] 동인당의 기업정신 |
김재윤 2003/08/09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 띄웁니다.
요 며칠사이 이곳 북경에는 비가내렸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더위를
잊고 지낼 수 있었지요. 이곳 여름 날씨는 보통 낮에는 찌는 듯이
더운 반면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합니다. 습기가 적어 끈적거리지
않고 저녁에도 한국처럼 열대야가 없어서 한여름에도 견딜만 합니다.
북경에 다시 온지도 한달여가 되었는데 지금 여름학기 수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요즘 수업시간에는 외우는게 일입니다.
수년동안 암기하는 일을 하지 않다가 다시금 머리를 쓰려다보니
하루하루가 훈련소 생활처럼 길고 힘겹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등떠밀려 온 것도 아니라 누굴 원망할 처지도 아니지요.
훗날 피가되고 살이된다고 생각하면서 참고 지내는 중입니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Y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우리회사 노사협상 타결에
관한 소식이었습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는 복잡한
심정이었는데 제3자인 Y는 상당히 흥분했더군요.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노조가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언론의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있을 것이라 느껴집니다.
저도 노사협상 타결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이야 매년 있어왔던 것이지만 주5일 근무 실시나
노조의 부분적 경영참여, 정년보장 등은 상당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급장이 입장에서야 두손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서야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걱정도 들더군요. 그리고 휴직자 신분이라 월급 한푼 받지
못하는 저로서는 갑자기 배가 고파집디다.. 꼬르륵...
지난번에 천안문 광장 남쪽에 있는 땨쟈란이라는 오래된 거리를 갔다가
'동인당(同仁堂)' 건물에 들어갔던 생각이 납니다. '동인당' 하면 중국을 대표하는
한방 제약회사지요. 1669년에 문을 열었으니 무려 330여년간 명성을 이어온 셈입니다.
황실의 어용 약방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에는 모택동으로부터
동인당의 대표가 전국민족상공업자라는 영웅칭호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통 동인당의 명성을 설명할 때 엄선된 재료와 엄격한 공정을 통한 품질제일주의를
말하지만 이외에도 다른 회사가 갖고있지 못한 미덕을 갖고있다고 합니다.
다소 밑지더라도 일관되게 선을 베풀고 덕을 쌓는다는 전통이지요.
전해져오는 얘기로는 과거를 보러 상경한 선비들에게 보약을 무료로 제공했고
밤길에 사람들이 도랑에 빠지지 말라고 거리마다 초롱불을 내걸었다고 하고
난민들에게 일사병 예방약과 솜이불을 나누어주었다는데 단순히 옛날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동인당의 정신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사회주의 중국이 들어선 후에도
동인당 만큼은 '과거 봉건주의 시절에도 특이하게 사회주의 정신과 실천에 투철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사할 수 있었다니 일단 그들의 명성이 헛소문 만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중국이던 한국이던 간에 많은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쫒아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330년은 고사하고 30년이라고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 생각해봅니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고객을 등지고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다음에야 어찌 10년이라도 버틸 수 있겠습니까?
휴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일어나서 글을 띄웁니다.
오늘 날씨는 무척 덥겠군요. 오전인데도 창밖에는 해가 쨍쨍합니다.
오늘은 얼마 후면 한국으로 돌아갈 친구들과 함께 후퉁에 가보려고 합니다.
후퉁은 북경의 서민 거주지인데 자금성과 같은 황제의 거주지와는 사뭇 다른
북경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곧 다가올 말복에는 좋은 음식으로 몸보신 하세요.
아참, 그러고 보니 중국말로 핫도그를 '르어꼬우'라고 하더군요.
'뜨거운 개'란 뜻이지요. 정말 웃기지 않습니까..? ^_^
2003년 8월 9일
북경에서 김 재 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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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김재윤 |
[08/12] |
물장사도 아니고 사람장사.. 호~ 그래서 인신매매가 극성을... ㅠㅠ |
| 2. 鎭 瑞 |
[08/12] |
음..동인당의 애기를 들으니 ' 장사중에서 가장 큰 장사는 사람장사' 라는 소설 '商 道' 의 내용이 생각나는군요. |
| 1. 김재윤 |
[08/09] |
동인당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중국인의 상술' (강효백 지음, 한길사)을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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