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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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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92] 이별을 지켜보며.. 김재윤 2003/11/23
L이 중국인 학생 코코와 만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봄이었습니다.
일본어를 전공한 L은 나와 함께 북경에 와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붙임성 있는 그는 나를 큰형님이라 부르며 따랐고
나도 그를 동생과 같이 대해주었지요.

어느 비오던 날 밤이 생각나는군요. L과 또다른 동생 A로부터
전화를 받고 학교 근처 식당에 나가 함께 파전에 소주를 마신후
노래방에서 '나 돌아갈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은
지금도 가장 추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L이 우리와 어울리는 시간이 뜸해졌는데 그것은
바로 중국인 친구 코코를 사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벤치에 앉아서 둘이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었지요.

사스로 인해 귀국하기 며칠 전 기념사진을 찍으러 교정을 거닐다가
L과 코코가 함께 잔디밭에 앉아서 삼각대를 놓고 사진찍는 모습은
보았을 때는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헤어져야하는
그들이 안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사스가 주춤해지고 다시 북경으로 돌아왔을 때 두사람은 더욱 더
가까워졌습니다. 코코의 부모님도 두사람의 교제를 허락한 것 같았고
기숙사를 떠나 다른 친구와 함께 학교 밖에 방을 마련한 L은
코코와 더욱 자유스런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름 학기가 끝날 무렵 L은 코코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둘이 좋아하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올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조금은 놀랐지만
앞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축하해주었습니다.

한 학기를 마친 L은 겨울방학 때 꼭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L은 코코에게 선물하겠다며
그동안 그와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사진을 편집하고 배경음악을 넣고..
그렇게 며칠 밤을 고생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들께 잘 말씀드려야할텐테..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요.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저역시 밤을 꼬박 새우며 그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찍어준 사진과 비디오 파일들을 편집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배경음악으로 Elga의 '사랑의 인사'를
선택했지요. 그들의 앞날에 진심으로 아름다운 결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L이 떠나간 후 가끔씩 지나치다 보게되는 코코는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습니다.
얼굴도 훌쭉해졌고 인사를 하며 건네는 그의 미소에서는
견디기 힘든 그리움을 옅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겨울이 오면
L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듯 했습니다.

며칠 전, 달력을 보다가 이제 곧 L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즐거워할 즈음 중국 학생인 코코의 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머리를 멍하게 만든 것은 '分手' 즉 이별이란
단어 였습니다. 두 사람이 얼마 전에 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맥이 탁 풀렸습니다.

저는 코코의 친구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코코의 친구는 제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L은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었고
우린 같은 한국인이었기에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코코의 친구는 두사람이 헤어지게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L이 중국에 오기 전에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고 여자친구는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습니다. 힘들던 시절에 L이 중국에 와서 코코를 만나
사귀었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보니 옛 애인이 돌아왔고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머리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소설 쓰고 있군..'

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L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 우연히 그가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코코와 만나는 중에도 한국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아무 일 없는 듯이 통화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이곳에서 보여준 행동으로 미루어 한국의 여자친구와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른 척 하려고 했었지요.

결국 나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L의 사랑 노름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습니다.
L이 돌아가던 날, 코코의 친구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고 합니다.
정말로 한국에 L의 여자친구가 없냐고..
우리는 모두 공범이 된 것입니다.

L과 헤어지고나서 코코는 며칠 밤을 술로 지세웠다고 합니다..
엊그제 지나가다 잠시 인사하는 코코의 얼굴은 너무도 야위여서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L의 큰형님 행세를 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는 저로서는 그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기에 더욱 가슴아팠습니다.

젊은 남녀가 만나서 사귀다가 헤어질 수 있지만 그러나
L의 행동은 도를 지나쳤습니다. 애당초 계속 사귈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코코의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왔고 그의 부모님이 마련해준 선물을
한아름 받아들고 떠나면서 겨울에 다시 오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중국 진출 초기에 중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몇몇 한국의 졸부들이
한국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한국인에 대한 나쁜 인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군요.
나는 L이 한국 내에서 제비가 되든지 여자를 후리던지 관심이 없습니다만
다만 다시는 나라 밖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을 욕먹이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3년 11월 23일

북경에서  김 재 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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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재윤 [12/02] 그래야지요..
3. 선화 [11/24] 코코라는분 겨울이 더 춥지 말아야할텐데.. 그래도 주어진 사랑에 충실했으니 미련없을겝니다.. 코코씨 화이팅!
2. 선화 [11/24] 끙~
1. ruAH [11/24] 위로가 되지 못할수 있겠지만...상투적인 말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고...그러면서 생각은 크고... 상황은 계속 바뀐다고.....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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