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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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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89] 술.. 김재윤 2003/10/18 어제는 가을학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반 친구들이 뭉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함께 수업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서로 이름도 모르는 처지였는데 역시 술을 한잔 하고나니 가까와지더군요. 한국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지요. 안소니라는 이름의 필리핀 친구는 쌈장을 너무도 좋아하여 쌈장만 서너 종지를 먹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한국인임에 틀림 없다~!" 어제는 한주간의 마지막 수업이었는데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수업시간 내내 시계를 쳐다보면서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렸지요. 쉬는 시간에는 책상에 엎어졌는데 그만 잠이 들뻔 하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계속 하는데도 체력이 많이 소진된 느낌입니다. 하기야 지난주에는 날씨도 좋지 않고 머리도 많이 복잡했습니다. 주말 내내 비가내렸고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낙옆들이 채 잎사귀를 물들이기도 전에 떨어져버렸지요. 바람은 왜 그렇게 불어대던지.. 술이 무척 마시고 싶었는데 마음 터놓고 술 한잔 할 사람이 없더군요. 신룡이 형님~ 왜 이럴때 신룡이 형님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청계천 시절에 전자다방과 허리우드 극장 근처의 짱구네 술집.. 사물을 꾀뚫는 듯이 날카로운 눈빛과 신념에 찬 목소리, 그리고 넉넉한 웃음과 부담없는 외모... 고민을 털어놓으면 언제라도 특유의 입담과 웃음으로 받아줄 것 같은 형님이 요즘 참 많이도 생각났습니다. 형님! 전 요즘 스포츠 신문을 자주 봅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신문을 펼쳐놓고 보는데 밥을 천천히 먹게되서 좋고 또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서 좋습니다. 제가 자주가는 식당에서는 중앙일보와 스포츠 조선을 구독합니다. 지난번에는 중앙일보를 보다가 집어던지고 며칠간 머리가 아파서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인터넷에서도 일절 신문기사를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보고나면 깡그리 잊어버리고 머리속에 하나도 남지 않는 스포츠 신문이 그래서 좋습니다. 대학시절에 집에서 중앙일보를 구독했는데 신문 사설을 놓고 아버님과 심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 과묵하신 분이라 마주앉아 대화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 첫번째 대화가 논쟁이었다니.. 지난번에 사스때문에 조기 방학을 하고 부모님이 계신 캐나다에 갔을 때 어느날 아버님과 마주앉아서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평생 두번 있을까 말까 하는 편안한 시간이었지요. 대학시절에는 아직 저를 어리게만 보았을 터인데 이제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져야할 나이가 되고보니 저도 말을 신중하게 하게되고 아버님도 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형님.. 저는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새삼스레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매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왔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목표와 포부를 갖고 불확실한 미래지만 제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때로 회의적인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인가 라고 말이지요. 형님..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큰 빛을 하나 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순간 저는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을 등지고 홀로 취직원서를 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는 이 일이 평생 가슴속의 멍에로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한없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지금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지난 10여년간 이었고 나름대로 뿌듯함도 있었지만 그것이 제 가슴속의 아픔을 잊게해주지는 못했습니다. 형님은 뭐라 말해주실런지요..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지난 밤에는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중국에 있는 소주는 대부분 가짜라고 하던데 어제는 아무리 소주를 마셔도 취하지 않더군요.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제가 살아온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2003년 10월 18일  새벽.. 북경에서  김 재 윤  올림 9. fobnj zf [01/10] ergpism faqnjpv dmghvfi urmpni bwyj rczwfos vtydgz 8. 김재윤 [10/22]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7. 이선용 [10/22] 인생에 후회와 회의가 없다면 진실되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후회가 있어야 반성도 하고 회의가 있어야 새로운 진취성을 얻는것이라 생각하지. 잠시 외로움을 느낄때도 인생의 묘미라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 순간의 번뇌와 후회가 생의 새로운 순간의 교훈이 되도록 살면 되지않을까.... 신룡이는 일본에서 너무 힘들게 산 것 같으나 느낀바는 많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천안에서 서울에도 잘 안오고 두문 불출이다. 지난 가을 성진이 결혼식때 잠깐 봤단다. 연말에 한번씩 만나는데 그때 모두 한번 보자 6. 청년사업 [10/21] 숀코네리 같은... 향기가 나는 멋진 삶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힘내세요. 5. 호철 [10/20] 멋진 생각, 멋진 재윤...... 4. fafa [10/20]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사는 인생.. 그래도 인생의 윤기와 행복은 꿈꾸는 자의 몴이지 않겠나.. 이 가을에 주는 내 선물야~멜로 보내마.. 3. 김재윤 [10/20] 넹.. 2. 현모 [10/19] 재윤아, 많은 사람이 너의 결단을 부러워하고 응원하고 있쟎니? 우선은 다른것 신경쓰지말고 거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다. 중국어 열심히 배우거라. 1. 파 [10/18] ...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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