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화요일
◈북해공원
아침에 일어나 운동장에 나가 몸을 풀었다. 치욱과 종한이 먼저 나와있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는 운동장을 두어바퀴 돌았다. 몸이 개운해졌다.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도 좋을 것 같았다.
운동을 마치고 곧바로 남문 옆 중국음식점에 가서 '훈뚠'을 먹었다.
중국와서 처음 먹어본다. 훈뚠은 중국식 만두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격도 1위엔으로 싸고 맛도 먹을만 해서 아침식사용으로는 그만이다.
그대신 훈뚠을 시킬때는 "뿌야오 시앙차이"라는 말을 해서 중국식 향료 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람들 입맛에는 대부분 맞지 않는
독특한 맛이 나기 때문이란다.
훈뚠과 고기만두 3개를 시켜서 하나씩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이제 등록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어제 학생회실에서 받은 서류를 들고
본관 10층 1018호로 갔다. 역시 말이 안통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알게된 사실은
분반시험을 볼 사람만 오는 것이고 기초부터 배울 사람은 안와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학생회실로 가서 어제 등록했던 담당에게 서류를 돌려주자
목요일날 다시 오라고 했다. 아마도 그날 반배정과 수업일정을 알려줄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나에게는 너무도 버거웠던 등록절차를 마무리하고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일전에 보아둔 726번 버스를 타고 천안문광장 남쪽의 첸먼으로
가기로 했다. 16정거를 가야하고 버스요금은 2위엔, 40분 정도가 걸려서야 첸먼에
도착했다. 정류장에서 북경시 교통지도를 샀다. 처음에는 버스노선이 거미줄처럼
그려있는 3위엔짜리 지도를 사려고 했는데 나보고 뭘 물어보더니 다른 지도를 건넨다.
결국 8위엔짜리 지도를 샀다. 10위엔을 내고 그냥 가려는데 나를 부르더니 2위엔을
돌려준다. 그래도 양심적인 사람이다.
첸먼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천안문광장을 보면서 북쪽으로 한참을 걸어서야
베이하이(北海)공원 남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장료 5위엔을 내고 들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이하이에 들어가면 대부분 용안쓰(永安寺)와 바이타(白塔)을
가게되는데 입장료가 10위엔이고 입구에서 입장권을 포함하여 구입하면 10위엔이다.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똰쳥(團城)이 있다. 높이 4.6m에 위치한 성벽실 건축물로
이곳에는 청나라 말엽 미얀마에서 들여와 서태후에게 바쳐졌다는 불상과
13세기 원나라 황제였던 쿠빌라이에게 바쳐졌다는 무게 3,500근에 달하는 거대한
항아리를 비롯해서 건륭황제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했다고 해서 제후에 봉해진
지체높은 나무를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쭝난하이(中南海)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다. 똰쳥 입장료는 1위엔이다.
똰쳥에서 나와 용안차오(永案橋)를 지나면 용안쓰에 도착하고 나즈막한 바아타샨 줄기를
따라 오르면 독특한 티벳 건축양식의 높이 36m의 바이타에 도착한다. 1위엔을 내고
오르게 되는데 바이타에서 내려다보면 베이하이와 자금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이타를 내려와 호수가 부두에 세워져있는 타원형 회랑과 반원형 건물(위에구러우)를
보고난 후 호수 오른쪽으로 돌아서 북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주변이 온통 기암괴석으로
장식되어 있는 하오푸룬과 청나라 황실 화가들의 전용 화실이라는 화팡짜이를 지나갔다.
북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돌아 나타나는 징신짜이는 베이하이 북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데 이곳에서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가 지은 '나의 반생'이 쓰여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중국의 3대 쥬롱삐(九龍壁) 중 최고로 꼽힌다는 베이하이의 쥬롱삐와 명나라때
건축된 우롱팅(五龍亭)을 둘러보는데 모두 4시간여가 걸렸다.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있어
쉬엄쉬엄 다녔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돌아보려면 대여섯시간은 족히 걸릴만한 규모였다.
다른 유적지들이 전란속에 훼손된것과 달리 베이하이 공원은 800여년의 역사속에서
옛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요나 금, 원나라 등 여러 왕조의 유적을 볼 수 있는 점에서
베이징 최대의 역사 유적지로 불리운다.
베이하이 공원을 나와 지하철 구러우 역까지 걸어와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뭏든 첸먼에서부터 베이하이 공원을 거쳐 지하철역까지 6시간 정도는 걸은 것 같다.
자금성 옆의 오래된 서민 주택지인 후통을 가보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대충 때우려다가 밥을 먹어줘야할 것 같아서 1층에 내려가 구내식당에서
마파두부와 밥을 시켜서 먹었다. 마파두부가 8위엔, 밥이 1위엔, 총 9위엔으로 저녁식사를
끝냈다. 싸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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