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7일, 월요일
◈등록하는 날
오늘은 등록하는 날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숙소를 나섰다.
드디어 올것이 오고만 것이다. 애당초 등록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거류증 신청 절차가 까다로울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야 말았다.
9시경 우선 은행에 가서 예금해둔 학비를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등록처가
마련된 건물로 갔다. 앞서 온 학생들로 건물안은 가득차 있었다.
게시판에는 단기연수생 명단이 붙어있었다.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가이드가 알려준 등록처라 진득하게 줄을서며 기다렸다. 한시간을 좀 넘겼을 때였다.
다른 유학원에서온 가이드가 하는말을 들어보니 장기생은 등록처가 따로있단다.
아~ 한숨이 절로나온다. 한시간을 넘게 줄을섰는데 여기가 아닌가벼~ 라니..
대충 장소를 알아본 후 건물을 나섰다.
서류에 적혀있는 등록처를 찾아다녔다.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이름이 비슷한 건물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서류를 들이밀고 물어보자 여기가 아니란다. 길거리에서
서류를 내밀며 물어보았다. "...쨔이날?" 잘 모른다. 막막했다. 갑자기 은행건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학비를 찾고 나올 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을
보았던 터였다.
은행 건물로 들어갔다. 이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118호실에 들어가니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히 움직였다. 어디에 줄을서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한 10여분을 서서 두리번거리다보니 방안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탁자마다
등록담당이 있었고 거기에 한두명씩 줄으서있었다. 나도 대충 사람들이 작성하는
양식을 줏어들고 어깨너머로 한칸한칸 채워나갔다. 한국말을 하는 담당자 앞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순서가 됐다. 학비영수증을 달라고 한다.
뒤에 서있던 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은행가서 학비내고 영수증 가져와야
합니다. 여기서 학비청구서를 받아가셔야 합니다. 등록 담당자는 내 담당선생님이
누구냐고 묻는다. 나는 모른다. 다시 뒤에서 하는말이, 밖에 나가면 벽에 입학허가서에
적혀있는 일련번호별로 담당선생님 방과 호수가 적혀있다고 했다. 그리로 가야한다고
했다.
방 밖으로 나가보니 벽에 뭔가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내 번호는 117호실 6번으로
되어있었다. 다시 117호실 6번 담당자 앞에 줄을서서 기다렸다. 30여분을 기다리자
내 차례가 되었다. 대충 작성한 서류를 내밀고 사진 7장을 제출하고 보험증서 사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등록담당자가 뭔가를 요구하는데 무슨소린지 알수가 없다.
결국 학비 납부 영수증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난 아직 내지 않았다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담당자는 학비 청구서 같은 것을 주면서 돈을 내고 다시 오라고 했다.
이 모든 대화는 눈짓과 몸짓 그리고 텔레파시로 가능했다.
다시 서류를 챙겨들고 은행으로 갔다. 긴줄과 짧은 줄이 있었다. 처음에는 용감하게
짧은줄에 섰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했다. 긴줄에 서있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는 아닐
터인데... 마음을 고쳐먹고 아까 줄을 잘못선 경험을 되뇌이며 긴줄로 갔다.
10여분을 서있자 짧은줄에는 사람이 없었다. 관리자인듯한 사람이 긴줄에 서있는 사람들을
돌아다니며 뭐라고 한다. 텔레파시가 왔다. 짧은줄로 사람들을 옮기려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학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성공이다~ 근데 뭐라고 물어본다.
나는 직감적으로 "런민폐~"라고 말했다. 중국돈으로 낼거다~ 그러자 나보고 짧은 줄로
오란다. 알고보니 긴줄은 달러나 수표를 이용하는 줄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즉시 학비를 지불하고 유유히 은행을 나왔다.
다시 아까왔던 117호실 6번 담당자 앞에 줄을 섰다. 이번에는 뭔가 잘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여분을 기다리자 등록 담당자가 자리를 떠난다. 아풀싸~ 점심시간이다.
언제 다시 하냐고 몸짓으로 물었다. 오후 2시반에 오란다. 썅~ 두시간 반이나 밥을 쳐먹다니..
욕이 튀어나왔다.
등록절차가 이토록 복잡한 것이나 시간이 처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이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시간이면 처리할 일들을 네시간 다섯시간이 걸리게끔
절차가 되어있다. 누군가 이를 개선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잃게될 것이다.
이 점이 중국의 고민이 아닐까? 결국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 점심으로 빵에 잼을 발라먹고 우유한잔과 요거트로 배를 채웠다.
좀 쉬었다가 1시40분경에 숙소를 나왔다. 사진관에 가보았는데 아직 어제 맡긴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유학생사무실(117호실)에 갔다. 문이 닫혔있다. 2시가 되자 문이 열렸다.
6번 담당자 테이블 앞에 제일 먼저 앉아 기다렸다. 누군가 한글로된 안내문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갔다. 한장 집어서 읽어보니 등록절차가 자세히 나와있었다.
젠장~ 왜 이제야 이런걸 배포하는거야~ 투덜거리며 꼼꼼히 읽어보았다.
안내문에는 학비 영수증을 들고 재무과에 가서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고 되어있다.
잠시 후 등록업무를 보조하는 학생인듯한 사람이 들어오길래 그 문구를 지적하며
내 영수증을 내밀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근데 통하지 않았다. 무슨 소린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죽치고 앉아있었다. 1번타자의 자리를 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2시3분이 되자 담당자가 왔다. 뒤늦게온 부로커 같은 사람이 설쳐대며 뭔가를 먼저
처리했다.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쥑일놈~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입학등기표의 몇가지 미기재 부분을 지적받고는 보완한 다음 등록이 통과되었다.
은행 통장만들었을때와 같은 감동의 순간이다.
주워들은 정보를 종합하면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았다. 우선 내일 본관 10층(1108호)에 가서
교부받은 등록증을 제출한다. 1~2일 후에 유학생사무실에 가서 반배정과 수업시간을 확인한다.
거류증을 만들기 위해서 북경시위생검역국에 가서 외국인 검역증명을 교부받는데 단체로
24일날 12시30분에 출발한다. 다음으로 유학생 사무실에서 거류증 발급 위탁수속을 한다.
2월28일은 입학생 설명회가 있다. 오후 4시에 참석해야 한다.
전쟁과 같은 하루였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배가고팠다. 오후 4시에 사진을 찾고 한국식당 곰집에 가서
순두부찌게를 먹었다.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한국에서 먹던 그맛은 아니지만
어찌하랴.. 재료가 다르고 입맛이 다른 나라인 것을..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고
주윤발 나오는 영화를 보고있자니 일행인 치욱과 종한에게서 식사를 하자는 전화가 왔다.
식사한지 2시간여가 지난터라 같이 나가서 중국식당에서 요리 3개와 맥주 2병을 시켜먹었다.
셋이 먹어도 값은 한국돈 6천원 정도로 매우 싸다. 치욱과 종한이 사겠다며 돈을 냈다.
다음 기회에 내가 삼겹살을 사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욱과 종한은 중국음식이 아주 입맛에 맞다고 한다. 나는 그저 이틀에 한번 정도 먹으면
적당할 것 같았다. 내일 아침에 운동을 하고나서 1원짜리 훈뚠을 먹기로 하고 각자 숙소도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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