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6일, 일요일
◈버스를 타고 이화원에 가다
일요일 아침이다. 며칠간 계속 쉬었더니 일요일이라는 느낌도 없다.
오늘은 몸이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운동복을 입고 축구장 트랙으로 갔다.
아침운동을 나온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체조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두바퀴 돌고 한바퀴 달렸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몸이 개운했다.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나서 밖으로 나왔다. 사진관에 들러서 어제
추가로 주문한 사진을 찾고 슈퍼에 들렀다. 슈퍼에 올때마다 중국음식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생을 하곤 했는데 오늘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유와 빵, 생수 등 먹을거리와 가루비누를 사가지고 나왔다. 30.56위엔 나왔다.
길건너 맥도널드 햄버거집에 들렀다. 메뉴판은 봐도 모르겠고 그림이 나와있는
주문판에는 세트메뉴만 나와있다. 포장해주는지 모르겠다. 포장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어 망서리다 그냥 나왔다. 요 몇개월간 햄버거도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없던 터이다.
숙도에 돌아와 서구식 메뉴로 식사를 했다. 식빵에 딸기쨈을 발라 먹고
우유 한잔에 바나나 한개.. 메뉴로만 보면 나는 미국이나 유럽에 와있는게다.
도무지 중국음식을 사먹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세탁물과 가루비누를 챙겨들고 세탁방으로 갔다. 각 층마다
세탁기가 비치된 방이 있다고 했다. 세탁카드를 꼽자 물이 나왔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방으로 돌아와 유덕화가 포커의 달인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며 졸았다.
오후 3시에 일행을 만나 버스를 타고 이화원에 갔다. 어제 버스노선을 알아본 결과
학교 신남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726번을 타고 7정거만 가면 종점에 이화원이 나온다.
중국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남자 차장이 있었다. 목적지를 물어보는
것 같아서 이화원(이허위엔)이라고 하자 알아들었다. 1위엔을 내자 버스표를 주었다.
버스는 북경대와 청화대를 지나 유적지 원명원을 거쳐 종점이 이화원에 도착했다.
겨울에는 5시까지 문여는 것으로 알고있기에 서둘러 입장했다. 안내서에는 입장료가
8위엔으로 나왔는데 매표소에는 20위엔이라고 써있다. 겨울에 찾은 이화원은
호수가 완전히 얼어서 걸어다닐 정도였고 지난 가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청나라의 여름 별궁으로 서태후가 애용했다는 이화원, 15년에 걸쳐 땅을 파서
호수(쿤밍후)를 만들고 판 흙을 쌓아서 산(완셔우산)을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통해 참으로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가 머물며 정무를 보았다는 런셔우덴을 거쳐 길이 728미터에 이르는 긴 회랑인
창랑을 끝까지 걸어간 후 돌로 만든 배 스팡을 감상했다. 중간에 이화원의 상징인
절 파이윈뎬과 푸샹거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하고 그나마 4시까지만 개방하는 관계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화원 속의 또하나의 정원 셰취위엔을 둘러보자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이화원을 나서자 택시 기사들이 달려들어 흥정을 붙인다.
어디까지 가냐고 해서 어언대학이라고 하니까 30원 내란다. 일행이 4명이라 버스타면
4원인데 30원을 내기가 너무 아까워서 버스정류장까지 10여분을 걸었다.
아까 올때 타고온 726번 버스가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726번 버스 종점은 만리장성과 명13릉을 하루에 관광하는 버스가 출발하는 곳인 것
같았다. 아침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관광버스가 운행하고 요금은 45원~50원이라고
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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