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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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 여행의 베이스캠프 인터라켄

루쩨른에서 인터라켄까지는 기차로 2시간 거리이다. 인터라켄 역은 동역과 서역 두 개가 있다. 동역은 알프스의 고봉 융프라요흐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하고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서역 주변에는 숙박시설과 은행,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밤이되어 기차는 인턴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와 왼쪽에 자동 호텔 안내기에 갔다. 주변 숙박지에 대한 가격,시설,위치를 안내했다. 적당한 가격의 숙박지를 두세 개 찾아냈다. 서역부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숙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아레강을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강물은 엊그제 내린 비로인해 무서운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다리를 지나 왼쪽에 위치한 어느 모텔에서는 여행객들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지 확자지껄한 모습이었다.

외진 곳에 이르자 역앞에서 적어두었던 호텔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여관 주인은 하나 남은 방이라며 보여주었다. 호텔이라고 해봐야 우리나라 여관 수준이었지만 방은 깨끗하고 분위기가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할 것 같아서 숙박비에서 아침식사를 제외했다. 뮌헨에서는 5천원 정도 차이났는데 이곳은 1~2만원 정도 빠졌다. 왠지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다리 근처에서 한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더니 아주 훌륭한 축구팀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어깨가 으쓱했다. 이 글을 정리하기 며칠 전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그 회사 중역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발령 받았을 때 아프리카의 어느 작은 나라보다도 못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아무도 오지 않으려고 했고 얼마 전까지 극오지수당을 두둑하게 받으며 근무했다는 것이다. 극오지에 사는 한국인들, 그리고 월드컵 대표팀이 이룬 것은 스포츠 이상의 그 무엇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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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동역으로 향했다. 아침 6시반경에 출발하는 첫기차를 타려고 했다. 새벽녘의 시내는 아름다웠다. 안개낀 정원의 신비로움과 시내를 벗어나 푸른 초원 뒤로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봉우리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코인라커에 배낭을 맡기고 표를 구입했다. 여행안내서에 붙어있던 할인권이 큰 도움이 되었다. 동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라우터브루넨으로 향했다. 20분 후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하여 기차를 갈아타고 클라이네샤이덱으로 출발했다. 불행이도 흡연석이었다.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들이마시는 담배연기는 죽을 맛이었다. 길고도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기차는 클라이네샤이덱에 도착했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관문이라 불리우는 클라이네샤이덱 역은 알프스의 푸른 초원 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눈덮인 알프스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다. 얼마 후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빨간색 등반열차로 갈아탔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기차는 경사면을 올랐다. 그리고 묀히 4,099m의 산허리를 뚫어서 만든 길이 7,122m의 터널을 통과했다. 전망대와 등반열차가 생긴 것이 1912년이라고 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경부선 고속도로를 뚫을 때 이나라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석회석 암반을 뚫어 등반열차를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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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네샤이덱을 출발한지 50여분만에 열차는 해발고도 3,454m의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 어제 올라갔던 필라투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숨을 쉴 때마다 찬 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고 걸음을 옮길 때면 가끔씩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 1896년에 시작하여 1912년에 완성한 융프라우요흐 역은 그 자체가 인간의 위대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기념비였다.

역 내부는 다양한 볼거리로 구성되어있었다. 한여름에도 영하의 날씨를 유지한다는 얼음궁전에서는 갖가지 조각상들을 볼 수 있었다. 고원지대로 나서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몸이 움추러들었지만 머리는 맑아졌다. 그러나 5분도 채 있지 못하고 실내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실내를 통해 고원지대 맞은편으로 나왔다. 따사로운 햇볕이 흰눈에 반사되어 금방이라도 얼굴이 검게 탈 것 같았다. 눈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보았다. 길은 아랫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하이킹하며 산을 내려가는 길이었나보다. 여행안내서에 소개된 대로 셀프 레스토랑에서 컵라면을 먹고싶었지만 모두 팔리고 없었다. 전망대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준비해간 빵을 먹었다. 창밖으로 알프스의 희눈을 내려다보면서..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클라이네샤이덱과 그린델발트를 지나갔다. 그린델발트는 넓은 목초지 주위로 알프스의 봉우리가 감싸고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알프스가 아름다운 것은 흰눈으로 덮힌 고봉들과 더불어 푸른 초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확트인 목초지를 달리는 기차안에서 창문을 한껏 열어재끼고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들이마시며 창밖의 경치를 만끽하는 기분을 유럽의 다른 어느 곳에서 느낄 수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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